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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로는 The Bitcoin Standard라는 제목으로 꽤 오래전에 (18년도) 출간된 책이다. 화폐로서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소개받아 읽게 되었다. 내용이 다소 어려워 진도가 엄청 안 나간 책이었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지정학과 경제학, 화폐 전반의 역사에 대해 다룬 책이다. 책의 내용의 절반정도만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만.. 화폐에 대한 개념에 대해 처음으로 심도 있게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 다만 케인스주의에 대한 저자의 혐오가 책 전반에 너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 화폐란 교환의 매개이다. 소비재나 자본재가 아니다. 화페의 공급을 늘리기 어려우면 경화 (hard money) ↔ 쉬우면 연화 (easy money)라고 한다.
- 재화의 공급은 저량과 유량으로 나뉜다. 저량(stock) / 유량 (flow)의 비율이 높은 게 경화다. 예를 들어 금(gold)은 어떤가? 조량이 유량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경화다.
- 재화가 시간에 따라 가치를 보존하려면, 그 재화를 생산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야 경화 특성을 갖게 해준다. 또한 재화는 그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통일된 재화를 사용했을 때 물건의 가격을 표준화하기 위한 가치척도 기준을 수행할 수 있다.
- 재화에는 중요한 3가지 판매가능성 개념이 있다.
- 시간을 뛰어넘는 판매가능성 : 재화의 가치가 시간에 지나도 유지되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도 그 재화를 가지고 있지 않으려 할 것.
- 공간을 뛰어넘는 판매가능성 : 교환 매개로서 수단으로, 먼 거리의 공간끼리도 전달이 용이해야 한다.
- 규모를 뛰어넘는 판매가능성 : 원하는 재화와의 교환을 위해 적절한 규모로 쪼개거나 합칠 수 있어야한다.
- 야프섬에서는 라이라는 돌 화폐를 사용했는데, 이는 저량/유량 비율의 중요성과 시간을 뛰어넘는 판매가능성에 대한 개념을 잘 보여준다. 돌, 조개, 구슬과 같은 자연화폐는 생산이 쉬워지면서, 즉 저/유량 비율이 낮아지면서 화폐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시간을 뛰어넘는 판매가능성이 떨어진 것).
- 어떤 물건이든 가치저장 수단의 목적을 잘 수행하려면, 수요가 높아졌을 때 가격이 올라야하는 한편, 생산자는 가격이 크게 떨어질 정도의 공급을 못하도록 제약을 받아야 한다.
-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완벽에 가까운 재화는 지금까지 금이었다. 금은 우너석이 제한적이기도 하며,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에 (원유와는 대조적으로) 생산량을 급하게 올린다고 해도, 그대로 저축량(재고)으로 쌓여 저축량 역시 급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공급량의 증가분이 별로 눈에 띄지가 않는다. 즉, 공급의 제한도 중요하고, 소비되지 않음도 중요하다 (생산량 대비 비축량이 커야 한다; 생산량이 급등해도 재고에 큰 영향이 없어야 한다.)
- 기원전 300년경 로마의 농산물 가격을 금 기준으로 보면 놀랍게도 현재와 비슷하다고하다. 소고기 1파운드(450g) 4.5달러, 맥주 1 파인트(500ml) 2달러..
- 누군가 (혹은 어떤 국가가) 경화를 가지고 다른쪽은 연화를 가졌을 때, 경화를 가진 주체가 연화를 가진 주체의 경제에 개입하면 연화 쪽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예를 들어, 유리구슬을 화폐로 썼던 서아프리카에 구슬을 쉽게 만들어내는 유럽인이 와서 그들의 엄청난 자원을 앗아간 것처럼. 비트코인을 거부하기만 하면 나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생각환다면, 이 이야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정부화폐는 명목(fiat = 명령, 칙령) 화폐. 정부가 관리한다고 해도 '태환' 화폐와 '불태환' 화폐는 완전히 타르다. 태환은 언제든 금으로 바꿀 수 있고, 정부는 금의 유통량을 조작할 수 없다. 불태환은 정부의 빚이나 정부가 찍어낸 종이가 돈이다. 공급을 임의로 할 수 있다.
- 아무리 불태환화폐라 할지라도, 정부의 권위에만 기대 유통되는 명목화폐는 없다. 즉, 가치를 보장받지 않은 채 유통되는 명목화폐는 없다. 정부는 주로 금을 보유고로 뒷받침되는 외화를 보유한다.
- 1차 세계대전 때 금태환을 정지하면서 사실상 금본위제를 이탈했다. 태환이 안되는 정부 발행 서류를 명목화폐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전 국민의 모든 부를 전쟁에 투입한 것과 같은 의미이다. 전쟁이 대규모로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 (그전까지는 돈이 없어서 전쟁을 크게 못했다)
- 세금을 걷는 것보다 돈을 찍는게 훨씬 쉽다. 이게 가능해지면서 국고가 바닥났다는 이유로 전쟁을 멈출 이유가 없어졌다.
- 금본위제가 폐지되면서, 브렌턴우즈에서 미국은 달러와 금의 환율을 고정하고, 각국의 화폐와 달러의 환율을 고정해서 사실상 간접적인 금본위제를 실현시키고자 했다. 물론 실패했고 현재의 변동환율제가 되었다.
- 이때부터, 한나라의 화폐가 하락하면, 화폐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외화를 사고, 그 외화의 가치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 각국의 화폐 광의통화(M2 = 시중현금 + 당좌예금 + 여행자수표 + 저축, 정기예금) 증가량을 보면,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개도국의 경우 연평균 100프로 이상의 통화공급 증가율을 보인다. 반면, 국제적으로 준비통화로 쓰이는 국가화폐(달러, 유로, 엔, 프랑)를 보면 연평균 10프로 내외임을 볼 수 있다.
- 저량/유량 비율에서 배웠듯이 화폐의 가치는 통화공급량에 반비례한다. 특히나 생산비용이 거의 0에 가까운 종이화폐는 초인플레이션을 만들 수 있어, 그 옛날 조개구슬이나 유리구슬 화폐보다도 쉽게 구매력을 잃어갈 수 있다.
- 화폐의 시간선호란? 개인이 나중에 얻을 가치에 비해 현재 얻는 가치를 선호하는 비율. 불확실한 미래는 현재보다 항상 가치가 떨어지므로 시간선호는 모든사람에게 0이다. 또한 무엇이든 시간과 자원이 많을수록 많이 생산할 수 있기에, 같은 것을 미래에 받는다면 더 많은 양으로 받길 원한다.
- 기본적으로 인간은 동물에 비해 시간선호가 매우 낮아, 미래를 위한 생산,저축,투자활동을 하고 만족할 시기를 늦출 줄 안다. 시간선호는 개인의 경제적 결정과 행복을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 공급량이 고정되어있다면, 화폐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화폐를 가진 다른 사람에게 가치가 있는 물건을 생산하여 교환하는 방법뿐이다. ->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려고 한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시간선호도를 낮춰줄 것.
- 건전화폐와 불건전 화폐의 가장 큰 차이는 시간선호도이다. 시간선호도가 높을수록 (불건전 화폐) 저축보다 소비를 지향한다. 건전화폐를 사용한 19세기에는 시간선호도가 낮아, 저축과 장기적 미래를 위한 투자자본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19세기에 오히려 20세기보다 더 창조적 발명이 많았다. 19세기는 zero to one , 20세기는 one to many의 세기라고 할 수 있다.
- 이자율과 대출금액은 자유로운 자본 시장에서는 시간선호도, 즉 가지고 있는 자본으로 소비와 저축을 각각 얼마나 할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그렇게 소비를 미루어 저축한 금액이 생산자의 대출금과 정확히 일치해야 문제가 없다.
- 하지만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중앙은행과 정치인이 개입하여 이자율과 대출금액(통화량)을 조정한다.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 통화팽창을 멈추면 이자율이 올라가서 개시한 사업들이 채산이 맞지 않음이 폭로되어 불황이 올 것이고, 그렇다고 통화팽창을 계속한다면 잘못된 경제규모가 (한정된 자본보다 큰 규모를 계속해서 사업에 투입하는) 계속해서 커지기 때문에 언젠가 올 불황의 고통이 더욱 커진다.
- 통화정책은 결국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할 뿐이다 거대한 자본시장과 화폐시스템을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오만한 착각으로 문제가 시작되었고, 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
- 디지털 현금으로서 비트코인
- 그동안의 결제방식(지불방식)은 크게 두 가지 :
- 두 당사자가 직접 실행하는 현금지불 방식 (cash payment)= 제삼자가 필요 없이, 두 사람이 같은 시간과 장소에 만나서 거래
- 중개지불방식 (intermediated payment) 제삼자가 필요. 수표, 신용카드, 은행이체, 송금 서비스 등. 두 당사자가 서로 다른 시간/장소에 있더라도 거래가 가능.
- 디지털 객체 자체는 이중결제 문제 때문에 화폐가 될 수 없음. 그래서 믿을만한 제삼자가 감독과 검증을 진행함.
- 비트코인은? 신뢰할만한 제삼자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고, 누구도 공급량을 조절할 수 없는, 순수하게 개인 대 개인 (peer-to-peer)으로 돌아가는 전자화폐이다.
- 이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된 중요한 기술들은 : 분산형 개인대개인 네트워크, 해싱(hashing), 디지털 서명, 작업증명(proof-of-work). 이 중 핵심 특성은 엄격한 '검증' → 으로 인해 신뢰가 전혀 필요 없음.
- 해싱 (hashing): 어떠한 자료를 역산이 불가능한 수학 공식에 투입하여 크기가 고정된 자료집합(이를 hash라고함)으로 바꾸는 작업. 복호 화하 불가능한 암호화작업. 자료의 원본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 자료를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각 노드가 서로 신뢰 없이도 각자의 자료가 서로 같은지 안전하게 확인 가능
- 공개키 암호화 (public key cryptography): 개인키, 공개키, 하나이상의 서명 등 수학적으로 서로 관계가 있는 숫자의 집합을 이용한 인증방식. 상대방의 개인키를 모르고, 공개키와 상대가 자료의 해시값에 한 서명만 있어도, 송금 거래가 올바른 개인키 주인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음
- 개인대개인 네트워크 (p2p network) : 모든 구성원이 서로 동등한 권리, 의무를 지님. 네트워크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중앙 조정자가 없음.
- 작업증명(proof of work) 체계란? 네트워크 구성원 모두는 모든 거래를 잔액과 함께 장부에 기록함. 모든 네트워크 구성원은 거래마다 검증할 수 있음. 각 노드(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는 10분마다 새로운 거래 블록을 장부에 제일 먼저 기록하려고 경쟁함. 이때 장부에 기록하려면 연산력을 소모하는 수학문제를 풀어야 함. 문제는 풀기는 매우 어려우나 검증은 매우 쉬움. 문제를 가장 빨리 푼 노드가 구성원 모두에게 검증을 받으면 장부에 기록을 하고 새로 발행된 비트코인과 거래자들의 지불금액에 대한 거래 수수료를 합한 블록보상(block reward)을 받음. 이것이 작업증명(proof of work)의 체계이고, 이렇게 작업증명을 푸는 과정을 채굴(mining)이라고 하고, 작업증명을 푸는 노드를 채굴자(miner), 채굴자가 자원을 들여서 작업증명을 푼 대가가 블록보상.
- 채굴 시 블록이 생성되는 시간단위 (즉, 비트코인이 채굴되는 시간)은 10분으로 거의 고정되어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면 가격이 올라가고 채굴경쟁이 심해져 채굴자가 많아지면, 작업증명 해법이 더욱 빨리 나와 발행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막고 발행주기를 10분으로 유지하기 위해 채굴 난이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이러한 '난이도 조정' 방식으로 비트코인이라는 화폐의 저량/유량 비율을 제한하는 것이다.
- 비트코인이 안전한 이유는, 장부에 거래를 기록하기 위해 작업증명을 푸는 채굴비용(점점 늘어남)과 작업증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비용(발행량이 늘어도 계속 0에 가까움) 사이의 큰 격차가 있기 때문. 검증 비용은 싸기 때문에, 채굴자가 부당한 거래를 비트코인 장부에 기록하려고 해도, 수많은 다른 노드들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나쁜 채굴자의 채굴 자원만 낭비될 뿐. 장부를 조작하려면 제네시스 블록부터 전부를 조작해야하기 떄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보안은 강화됨. 비트코인의 토대는 신뢰 0% 에 검증 100%이다.
- 비트코인의 거래에는 화폐가 직접 움직일 필요가 없다. 단지 장부에 기록된 항목으로 소유권이 검증되는 것. 소유권은 공개주소를 따라 할당이 되고, 공개주소에 들어있는 코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개인키(private key)가 필요하다. 개인키를 도난당하면 끝이다.
- 비트코인은 보낸 사람이 더 이상 소유하지 못하는 (이중지불 문제가 없는) 최소의 디지털 객체이다. 디지털 네트워크상의 대표적인 객체인 이메일, 문자, 파일 전송과 가장 다른 점이다 (이들은 사실상 sending 이 아니라 copying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함). 또한 최소로 총량이 고정된 유동성 상품이다.
- 비트코인은 고정된 총 공급량, 시간에 따라 감소하는 공급량 증가율에 따라 시간을 뛰어넘는 판매가능성이 뛰어나고 / 디지털이라는 특성에 공간을 뛰어넘는 판매가능성도 있고 / 1억 사토시까지 쪼개 지기 때문에 규모를 뛰어넘는 판매가능성도 있다.
- 보통 시장에서 상품의 수요가 높아지면 그만큼 가격이 오를 것을 예측해 공급이 늘고 가격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 제한된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경우 수요에 따른 공급이 비탄력적이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 수요가 매우 변덕스러운 만큼 가격변동성도 매우 큰 것. 하지만 시장 규모가 매우 커지고, 기관들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면, 통화량의 일부만 유통해도 충분한 유동성을 가치게되어 일별 수요 변동은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가격 변동 폭이 줄어들 것. 궁극적으로는 일반 화폐성 자산으로 성장하고, 그때는 고위험 투자자금이 몰리지 않고 네트워크에 들어오고 나가는 규모는 대체로 동일하여 변동성도 줄어들고 가치도 매년 조금씩만 오를 것이다.
- 시장에서 가격은 이윤을 내는 수단 이상으로 중요하다. 수요과 공급 수요자와 공급자의 복잡한 관계와 상황에 대한 정보체계 결과물이다. 사회주의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장치가 없어 경제 계산에 실패한 것.
- 비트코인 자체의 네트워크로는 전 세계 금융거래를 모두 처리할 만큼 거래처리 능력이 안된다. 거래 시간도 구매수단으로 쓰기 적절치 않다. 따라서 제2의 결재체계가 필요함 (비트코인으로 태환이 가능한). 궁극적으로는 자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은행들의 준비자금으로 쓰일 확률이 높다.
- 블록을 기록하는 비용은 극히 비싸게 만들고; 기록이 타당한지 검증하는 비용은 싸게 만들어 부당한 거래를 하려는 요인을 모두 제거한 것이 pow. 즉 비트코인은 연산력을 소모해서 전력을 믿을만한 기록으로 바꾸어내는 기술.
그리고 이러한 진실한 거래기록 장부를 유지하는데 누군가의 신뢰는 전혀 필요가 없다. 검증만 있을 뿐이다. - 비트코인은 중요하지 않지만, 그 기저가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유망하다는 소리는 비트코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하는 소리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온라인 거래를 효율적이고 저렴하고 빠르게 해주지 않는다. 중앙화 방식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이고 유일한 장점은 제삼자의 중개가 필요하지 않는다는 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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